+ 30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스포있음)
-어떤 이는 기병이나 보병을 
또 어떤 이는 함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당신들이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오. 

-성격이라는 개념은 그 인물이 숨기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 그 이유는 음란할 수도 고결할 수도 있지만 절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엄마랑 연락은 하고 있니?" 
"좀 떠나있고 싶었어요. 그 뿐이에요. 파리든, 어디든 말이에요." 
"부모로부터 떠나고 싶었다고.. 나도 알아. 내가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거. 너한테 늘 마음을 열지 못했지. 어느 누구에게도 그러지 못했단다." 
"절 멀리 하신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전 그게 제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줄리아. 완전 잘못 알고 있었던 거란다." 

-Please send more romance 

-"내 느낌은 중요하지 않아. 내 생각이 어떤지도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동안 뭘 깨달았는지 모르겠네요." 
"뭘 깨달았냐고? 글을 깨우쳤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미성년과 관계를 맺기까지의 그 과정이 내겐 너무나 낯설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으나 한나 라는 사람을 점점 이해하게 되면서 그런 건 문제되지 않았다. 

-마이클이 한나를 법정에서 발견했을 때, 나는 한나가 문맹이라는 걸 마이클이 밝혀 승소하지만, 결과적으론 한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신뢰를 잃는 그림을 상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대인 학살 얘기가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함) 하지만 마이클은 끝끝내 한나에게 문맹임을 밝히라는 조언은 커녕 아는 척도 하지 못했고, 나는 이런 면 때문에 마이클이 한나의 어린 연인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함. 마이클은 한나를 모두 알진 못 했지만 잘 알고 있었고, 한결같이 존중해주었다. 

-뭉툭하고 거칠거칠한 사람이지만, 누군가가 책을 읽는 목소리, 노래 부르는 목소리에 눈물 범벅이 되는 한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감옥 안에서의 한나의 삶과 뉴욕 고급 아파트에서의 로즈의 삶. 너무나 대조되면서도 닮아있어서 헛웃음이 났다.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든, 글을 읽고 쓰고 책까지 냈든 상관없다.가해자든 피해자든 두 사람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지 못한다. 이런 판국에 용서, 교훈, 감동 같은 게 무슨 소용인가. 거대한 소용돌이가 이미 그들의 삶을 삼킨 후였다. 어떻게 해도 돌이킬 수 없다. 

-이 이야기에 케이트는 없었다. 투박하고 감정표현에 서툰 독일여성 한나만이 있을뿐.. 

-이 영화는 투명한 유리컵에 담아 먹는 진한 홍차 같다. 아름다운 장면과 씁쓸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범죄도시

범죄도시

그냥 그랬다. 내용도 킬링타임용이구 이게 실화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볼만한 가치는 없는듯. 연기 잘했네 어쨌네 얘기가 많던데 음 저는 한 분 빼고는 전혀 모르겠음이다. 우선 마동석은 항상 하던대로 한 거 같지만 뭐 요즘 인기 많으니까 상관없나 싶고, 윤계상은 치렁치렁한 긴머리를 했는데도 불구 거기서 얼굴이 가장 곱고 예뻐서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연기가 과장되고 이질감 느껴졌음. 연기 잘한다는 소릴 듣고 싶은걸까. 방법은 모르겠지만 열심히인 대표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음. 야망만 다시 확인함.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느꼈던 분은 진선규 분. 이번 영화보고 찾아봤다 이름. 나사 하나 빠진듯한, 뇌 회로의 어딘가가 뭔가 잘못된 듯한 눈빛으로 전개 내내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음.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지? 하고 검색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한당 보안계장님..!!! 그냥 그런 스타일로 생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 두 사람이 한 사람인 줄 몰랐는디 연기 정말 최고 되네여. 

음 근데 이거 볼 시간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 번 더 보겠음.


러빙빈센트

러빙빈센트

상영 내릴까봐 맨날 시간표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어제 겨우 시간이 맞아서 갔는데 작은 영화관 하나가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고흐의 화풍이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옮겨져 있는데다가 움직이기까지 하니 러닝타임 내내 눈이 호강하는 기분을 떨칠 수 없음. 이전에 Operavox에서 만든 Carmen 오페라 애니메이션도 생갔나지만 사실 그거랑 비교하기엔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영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많은 컷과 구도가 등장하는데 일반 영화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보는 내내 영화 속 연극을 보는 기분도 들었음. 놀라웠던 건 화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표정 구현이 가능하단 점, 그리고 그림 속 인물들을 정말 잘 짜집기 했다는 점이다. 캐해석이 좋았음. 

어디까지가 각색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유럽인들이 빈센트를 사랑하는 이유나 방식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이런 캐릭터는 유럽 내에서 전무후무하다. 멋진 작품과 별개로 그의 성품을 사랑하는 사람이 넘치는 것도 이해가 감. 만약 내가 그의 편지를 아무런 오역 없이 찬찬히 읽어내려갈 기회가 있다면 나 역시 러빙 빈센트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극중에 나온 빈센트의 편지는 정말 너무나 부끄러움 없이 솔직하고 희망차서 나에게 많은 위로와 눈물이 됐다. 종종 힘들 때 읽을 것이다.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 것 없고 별 볼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난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늦었으니까 자러 가야겠어. 잘 자고 행운을 빌게. 악수를 보내며 사랑하는 빈센트 

Saturday, November18 16:09에 씀


토르:라그나로크

토르:라그나로크

엄마와 토르를 봤다. (스포있음) 

좋았던 점 
죽음의 여신 헬라에 케이트블란쳇이 캐스팅 되었다는 게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였는데 역시 우아한 클래스는 어딜 가지 않는다. 그 무서운 착장과 스타일에도 숨길 수 없던 고상한 목소리와 빛나는 파란 눈동자, 웃음을 참는 듯한 옅은 입술. 이왕 토르의 누나로 나오는 거 케이트가 원래 가지고 있는 금발과 기타등등의 요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 어땠을까 싶은데, 뭐 코믹스에 충실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군대와 홀로 맞선 헬라의 옆모습을 전신으로 훑는 카메라 워킹이 가장 좋았고, 바닥에 구멍 뚫은 뒤 침대에 눕듯 떨어지는 헬라의 장면도 좋았음. Kneel For Your Queen 에서 이미 제 무릎은 부서졌구요.. 

또 좋았던 점은 토르가 북유럽의 신화라는 점을 이번에 제대로 써먹은? 것이다. 이전엔 그저 지구에 놀러?온 토르이야기가 주였고 토르가 북유럽신화라는 점은 토르의 고향 세계관정도로 그쳐있었다면, 이번엔 신화를 이번엔 적극 활용했다. 신화를 토대로 인물을 구성하고 그 인물들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몇몇 장면은 정말 신화를 떠올릴 수 있게 명작처럼 연출되었다. 그 중 발키리와 헬라의 과거 전투씬이 가장 인상 깊었음.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장면이다. 토르의 각성 장면도 좀 멋졌구요. 게다가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이 북유럽으로 이주하였다'< 로 완성되어 버리는 북유럽신화. 멋짐입니다.. 

음?싶었던 점 

상상력의 한계를 느낌. 특히 사카아르라는 행성이 너무나 흔해빠진 세계관 비주얼이라 김샜다.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행성, 둥둥 떠다니는 탈 것과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독재자, 콜로세움 같은 돔 안에서 검투와 결투에 열광하는 군중들, 쓰레기더미에서 쓸만한 걸 찾고 그걸 두고 싸우는 피지배계층까지... 스타워즈시리즈라고 해도 믿을 컨셉이었음. 보는 내내 저건 스타워즈의 어떤 장면, 전개와 비슷하네 하면서 봤다. 게다가 내용의 깊이나 감정선에 쓰인 시간보다 농담 따먹기에 할애된 시간들 높은 것을 보고 아, 이것이 마블내에서의 트렌드인가보다 했음. 가오갤1 이후로 부쩍 많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리고 CG도 으잉? 싶었던 것이 꽤 있음... 영화 전반적으로 CG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점점 영화라기 보단 사람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악마 같은 존재와 싸우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나 싶음 
아무튼 재밌게 잘 보았다는 결론입니다..

Friday, November3 14:57에 쓴 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주말에 영화 시카리오를 봤음.(스포유) 
주변 친구들이 시카리오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보고 난 소감은 '이게 재밌다고 표현할 수 있는 영화야?' 임미다. 유쾌하고 전개가 빠른 폭주기관차 같은 류의 영화가 아니라, 천천히 늪에 흠뻑 빠지게 되는 스타일의 영화임. 발목을 감고 있는 닻의 무게가 '현실'이라는 점에서 어마어마하게 무겁고요. 물론 보고 나서 여운...이라기 보단 후유증이 있고요. 재밌는 영화라기보다 잔혹하게 잘 만든 영화라고 하는 게 좀 더 이 영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깝지 않나 싶음. 개인적으로 보고나서 기분이 별로 였는데 이상하게 다시 보고 싶고 계속 생각나는 영화였음. 

이 영화는 스릴러다. 무법지대에 떨어진 주인공이 겪는 공포를 고스란히 옮겨서 무척 괴로움. 게다가 진행되는 작전에서 소외되거나, 파워로 찍어누르면 찍어누르는 대로 눌리는 상황 (권력이든 물리적인 힘이든), 나름의 이성적인 주장이 조직에선 이상한 고집으로 비춰지는 것 등등 사회에서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고충들이 촘촘히 널려있어 답답시럽다.   

극중에서 베니치오가 에밀리에게'너는 늑대가 아니다. 여긴 늑대소굴이다.'라고 선을 그어서 그런지 대다수의 영화리뷰에서 베니치오는 늑대, 에밀리는 아무 것도 몰랐던, 온실 속 화초 내지 우물안 개구리에 비유되는 것 같다. 그건 에밀리를 너무 과소평가 한 거라고 생각함. 에밀리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었다. 납치되어 어둠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면서 빛의 세계에서 '법'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통제, 정의를 믿고 따르는 사람임. 하지만 어느날 그 어둠 속에서도 더 깊은 어둠속 벽장에서 시신들이 대량 발견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창 밖으로 환한 빛이 비치지만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 에밀리도 당연히 어둠 속에서 밝은 창을 본다. 그리고 더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면서 종국엔 진실을 알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함. 그렇게 달갑지 않은 진실을 알게 된 에밀리는 베니치오에게 총을 겨누지만 쏘지 못한다. 빛의 세계의 사람으로 남기로 한 건 그녀의 선택일까, 아니면 나라라는 거대 조직이 부여한 운명 같은 걸까. 이 질문은 망설임 없이 원수의 자녀에게 방아쇠를 당기던 베니치오에게도 할 수 있다. 

베니치오는 늑대소굴 같은 어둠 속에서 에밀리에게 총을 겨눈다. 보면 죽은 딸이 생각난다는 사람에게 어떻게 총을 겨눌 수 있을까. 무법지대에서 살아온 자에게 조금의 인간미를 느끼고 싶던 나를 완벽하게 배신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섹시함) 짐승 역에 베니치오라니 감독이 너무 쉽게 간 경향이 있다.   

민간인이 있는 장소에서 일어난 총격전을 에밀리가 비판할 때 처음엔 좀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에밀리 말이 맞긴 하지만 왜 영화에선 심심찮게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도심에서의 총격전은 액션영화에서 흔한 요소다. 그리고 마블시리즈 히어로물에서도.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 아니야? 나라가 범죄조직을 이용해 불법을 통제?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영화에도 종종 나타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범죄조직 사람들의 목숨을 파리목숨으로 여기며 체스판 장기처럼 다루는... (물론 시카리오는 미국이 멕시코 카르텔을 컨트롤 하려고 했으니 훨씬 문제가 크지만) 어쨌든 좀 흔한 소재가 아닌가? 생각했다가 이내 깨달았다. 나는 이런 요소들을 그냥 영화에서 볼 법한 장면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걸. 지구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삶이자 누군가가 느끼는 공포다. 나를 비롯한 우리는 이런 장면을 너무 쉽게 오락요소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ㅅ' 더 쓰고 싶지만.. 힘두러

Monday, November13 19:29에 썼음


브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브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스포있음)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남매의 이야기. 훌쩍 떠나 근10년을 연락도 없이 지내다 돌아온 첫째와 와이너리 운영에 재능을 보이는 둘째, 그리고 데릴사위가 되어버린 셋째. 그들이 1년 동안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들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신박한 구석이라곤 하나 없지만 그래도 왠지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는 그런 영화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첫째의 중압감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아마 내가 첫째여서 이런 것만 보이겠지...? <이웃집 토토로>나 <겨울왕국>에서 내 눈물 포인트도 이것이었음. 어른이 아니나 어른 흉내를 내어야하는 존재들. 이 영화의 첫째는 그것이 싫어 훌쩍 떠나버렸다. 물론 첫째의 서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첫째가 고향에 등장하고 다시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하고 끝난다.

와인을 만들고, 재산을 물려받고, 다투고, 화해하고... 역시 사람 사는 얘기가 제일 재밌다고 깨달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