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빈센트

러빙빈센트

상영 내릴까봐 맨날 시간표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어제 겨우 시간이 맞아서 갔는데 작은 영화관 하나가 가득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 고흐의 화풍이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옮겨져 있는데다가 움직이기까지 하니 러닝타임 내내 눈이 호강하는 기분을 떨칠 수 없음. 이전에 Operavox에서 만든 Carmen 오페라 애니메이션도 생갔나지만 사실 그거랑 비교하기엔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영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많은 컷과 구도가 등장하는데 일반 영화라고 보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보는 내내 영화 속 연극을 보는 기분도 들었음. 놀라웠던 건 화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인물의 표정 구현이 가능하단 점, 그리고 그림 속 인물들을 정말 잘 짜집기 했다는 점이다. 캐해석이 좋았음. 

어디까지가 각색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유럽인들이 빈센트를 사랑하는 이유나 방식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이런 캐릭터는 유럽 내에서 전무후무하다. 멋진 작품과 별개로 그의 성품을 사랑하는 사람이 넘치는 것도 이해가 감. 만약 내가 그의 편지를 아무런 오역 없이 찬찬히 읽어내려갈 기회가 있다면 나 역시 러빙 빈센트에 합류할 수 있지 않을까. 극중에 나온 빈센트의 편지는 정말 너무나 부끄러움 없이 솔직하고 희망차서 나에게 많은 위로와 눈물이 됐다. 종종 힘들 때 읽을 것이다.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 보잘 것 없고 별 볼일 없는 내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난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늦었으니까 자러 가야겠어. 잘 자고 행운을 빌게. 악수를 보내며 사랑하는 빈센트 

Saturday, November18 16:09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