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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포) 일단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여성의 일대기, 그것도 인권이 지금보다도 현저히 낮아 여성의 이름으론 출판도 어렵고 재산을 모으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의 의지가 빛나는 그런 영화. 이런 영화엔 항상 쓰레기 같은 남자들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도 어김없이.. 그것도 남편으로 등장했구요.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남자배우 목 조르는 꿈 꿨을지도 모른다.

 

메리에게는 여러 가지 악재가 따른다. 첫번째론 사랑에 빠진 게 하필이면 유부남^^이었고, 사랑의 도피 같은 걸 하였지만 자금은 금방 바닥났고, 아이를 낳았지만 금방 잃었고.. 그 중 최고 악재라면 당연히 저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겠고요. 이 모든 걸 겪은 메리의 나이가 18살이었던가? 근데 저 나이에 온갖 산전수전을 겪고서 SF라는 최초의 장르 소설 씀 < 실존인물의 인생 자체가 너무 현실감이 없음ㅋㅋ

 

그가 어떻게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나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때 어떤 사람들을 만났으며, 누구에게 이골이 났는지, 어떤 문화를 접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특히 메리가 아이를 잃고 깊은 절망에 빠졌던 이후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내용의 소설을 쓴 건 결코 우연처럼 보이지 않고요. 오히려 너무 따악따악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져서 위화감 같은 게 들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렇게 말이 되는 이야기로만 채워질리도 없고 단조롭지도 않을텐데... 내가 대부분의 헐리웃 영화를 보며 아쉬워하는 부분이고 이 영화도 그러했음.

 

영화의 깊이는 그저 그랬지만 걍 한 번 보기엔 조았구요.


베일리 어게인

베일리 어게인

(스포) 강아지가 주인공이면 많이 나오겠군 < 에서 이미 별점 5점을 매길 수 있는 사람이 나지만 이 영화는 보면서 마음이 참 복잡했음. 개가 계속 개로 환생을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개가 나오고 따라서 다양한 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거의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보면 됨. 근데 문제는 그 환생한 개가 이전 삶의 기억을 모조리 다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지막엔 가장 좋았던 주인에게로 뛰어감. 

 

기억을 모조리 다 가지고 환생한다니 설정 너무 잔인하다. 특히나 개의 인생은 주인에 따라 너무 극단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더 잔인함 ㅜㅜ 영화를 보면서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부지가 있는 시골' + '애가 있는 가정'에서만 개를 키워야 될 것 같은 그런 인상을 받았다. 먹고 사는 게 바빠 반려동물에게 조금 소흘해진 사람들 죄책감 맥스로 끌어당길 수 있는 영화. 우리는 괜찮은 걸까? 우리집 고영에게 물었지만 고영님은 오늘도 말씀이 없으시다. 이 영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눈물 버튼 수십개이기 때문에... 재탕은 없다.


사바하

사바하

(스포있음) 생각보다 되게 재밌어서 놀랐다. 처음엔 약간 코믹한 다빈치코드 같은 느낌이었음. 위 사진 누가 봐도 이정재로 둔갑한 톰행크스 아니냐며... 경전을 이용한 힌트와 거기에 얽힌 살인사건 < 이미 여기서 나는 충분히 열광 가능ㅋㅋ 오히려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유해한지,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에 대한 메세지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거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느김이었음. 오히려 미륵이라고 불리던 자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해 먹는... 열반이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여러분 < 여기에 가까운 느낌.

 

보면서 참 작은 땅덩이에 연기 잘하는 사람 많다고 느꼈다. 언제부터인가 악역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유지태부터 시작해서 물에 빠지면 주둥이만 동동 뜰 것 같은 세속적 목사역의 이정재와 고뇌하는 신도 박정민과 마지막으로 너무 인상 깊었던 이재인. 다빈치코드와 다른 점이 바로 이거였다. 이야기는 어느 스타 연예인의 시점에 치우쳐 진행되지 않고 각 인물들을 골고루 비춘다. 당연 인상 깊었던 건 이재인(이금화/그것)과 박정민(정나한).

 

극중 정나한은 김제석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철저히 이용되는데 그가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은 그 역시 이 사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헤롯의 명으로 베들레헴에서 영아들을 학살했던 헤롯의 사람. 나한은 어쩌면 영월출신의 99년생 여자아이를 죽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었던 것. 그가 이용당한 것을 깨닫고 바로 잡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과 초월적인 힘은 미륵, 등불이 되기에 충분했다. 나한이 죽는 장면에서 등불이 밝게 빛나고 있는 걸 내 동생이 알려줌 ㅋㅋ 

 

가장 놀라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나한이 자물쇠를 부수고 창고로 들어갔을 때의 장면이다. 분명 짐승 같았던 그것이 부처처럼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기이하고 손동작도... 그냥 이세상의 무엇이 아닌 것 같아서 좀 소름이 돋았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을 마주할 때, 초월적인 무언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걸까? 아주 짧게 간접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사진합성 건도 있고 해서 그렇게 대놓고 이 영화를 찬양할 순 없지만요.. 음 재밌었음. 생각보다 공포영화적인 요소는 없었다. 무섭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한 느낌이 듦.


패딩턴

패딩턴

패딩턴은 영국의 아동문학<패딩턴 베어>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은 1958년에 만들어졌다고 함. 런던의 역 이름을 그대로 딴 캐릭터로 실제로 패딩턴 역에 가면 저 모자를 쓴 곰돌쓰 동상이 있다고 한다. 착하고 예의바르지만 왠지 사고를 몰고다니는 캐릭터로 우리나라의 <둘리>를 연상시키기도 함.

 

샐리 호킨스와 니콜 키드먼은 의외로 알록달록한 소품 가득한 가족 영화에 잘 어울렸음. 내게 두 사람은 왠지 정반대의 이미지였지만요... 샐리 호킨스 밝고 사랑스러운 연기할 때마다 약간 제니퍼러브휴잇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특히 ㅋㅋ 주인공 패딩턴의 목소리를 연기한 건 벤휘쇼였다고 하는데 파리 한 마리 해치지 못할 것 같은 무해한 목소리가 곰을 좀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 준 것 같다. 근데 곰의 비주얼은 내 기준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았음. 최근 피카츄, 소닉, 라이온킹 등 원작이 만화인 경우 실사화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라이온킹 실사화 스카

저의 결론은 실사화 하지 마... 입니다. 패딩턴은 그래도 모자와 옷을 입혀놓으니 정말 '테디베어'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으나 사자... 피카츄... 소닉... 헐벗고 다니는 친구들은 그냥 다큐가 되는 것임ㅠㅠ 특히 캐릭터의 비주얼 매력이 뚜렷했던 스카 같은 경우는 '이렇게 실사화 하면 안 됩니다.'의 대표적 표본 같다. 다행히 패딩턴은 흥행에 성공하여 2편도 나왔다. 난 물론 안 볼 거지만...

 

니콜 키드먼이 나오는 장면 중 미션임파서블의 톰크루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종종 등장한다. 음악도 그대로 갖다쓰면서 ㅋㅋㅋ 니콜도 동의를 했나? 짐작하면서 봤음. 가장 즐겁게 본 부분이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패딩턴이 고향 영상을 보면서 완전히 몰입하여 그곳에 있는 듯한... 그 연출이 좋았구, 아빠가 깐깐하고 재미없게 변해버린 건 아이를 낳고 아빠가 되면서부터.. 라는 이야기도 괜찮았음. 다른 건 그냥 킬링타임용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꺼미랑 심심해서 넷플 틀었다가 보게 된 기묘한 이야기.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별로 볼 생각이 안 들었던 이유는 일단 1.틴에이저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2.아는 얼굴이 없어보여서 임.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다는 사실을 재생하고서 출연진 자막 보고 알았다. 알고보니 데이비드 하버(미드 뉴스룸 아나운서)와 숀 애스틴(반지의 제왕 샘) 등등 눈에 익은 사람들이 꽤 있었음.

 

미드치고 전개는 좀 느린 편이다. 사실 꺼미가 아니었으면 s1e2쯤에서 껐을 것. 꺼미는 가끔 깜짝깜짝 놀라면서 되게 재밌게 보는 것 같아서 그걸 보는 게 재밌었다. 사실 난 웬만한 거엔 별로 놀라지 않는 성격이거니와 이 드라마가 완전히 새롭다기엔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어 그냥 그랬음. 등장인물과 배경은 한정적이고 변수가 별로 없다. 단지 출연진을 3그룹으로 나눠서 세계관을 알아가게 하는 부분이 신선했음.

 

좋았던 점은 개연성이다. 특히 시즌2는 괴물에게 유괴 당했던 아이에게 후유증이 남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정말 자연스러운 설정이었고 무리수도 없었음. 이런 괴물이나 초능력이 나오는 콘텐츠는 개연성 쌈 싸먹기 일쑤인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였던 부분은 상상력에 비해 시즌 마무리가 좀 허접하다. 주인공들은 항상 목적을 이루고... 항상 초월적 힘이 마무리를 해준다.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시즌3은 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볼 듯...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으..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얼탱이 터진당.. (스포) 두 서양인이 각자 어떤 이유로 일본에 와서 외로움을 느끼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얘긴데... 굳이 일본을 그렇게 미개한 나라처럼 그렸어야 했나 의문임. 

 

호텔 샤워기 높이가 낮고 사람 많은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 사람들 정수리 위로 혼자 튀어나오는 거야 뭐 신장이 큰 서양인이 아시아 와서 겪는 흔한 일이라고 쳐도.. 호텔직원이나 통역사나 제대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없는 걸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왜 그들은 r이랑 l발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걸까 < ㅋㅋㅋㅋㅋㅋ 스시집 주방장에게 당신 얼굴이 왜 그래요? 영어로 묻고 조롱하는 건 물론이고 다친 엄지 발가락을 보고 이 나라 사람들은 좀 이상한 거에 열광하니까 이거 보고도 오! 발가락스시! 하고 열광하지 않겠냐 뭐 이런 식의 발언들. 그냥 이 영화에 일본이라는 배경은 주인공들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들기 위한 장치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혹시 이 영화가 일본정부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면 일본한테 고소 당해도 할 말이 없는ㅋㅋ 


스칼렛요한슨이 혼자서 일본을 돌아다니는 장면은 좋았다. 외국인의 입장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나 홀로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모두 대사 없이 긴 샷으로 잡혀 외로움이 잘 느껴졌음.. 얼마나 외로웠으면 일본 출장 와서 다른 여자랑 원나잇 하는 유부남에게 마음을 주냐 이거예요..


매력적인 두 남녀가 텐션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끌리는 로맨스는 전혀 아니었고.. 그냥 낯선 곳의 이방인이자 가까운 주변이들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간의 공감대.. 이야기임. 애초에 남녀 나이 차이 설정 때문에 <비포 선라이즈> 같은 여행지 설렘 로맨스는 있을 수가 없구요.. 저에겐 전성기가 지난 늙은 남자의 판타지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