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사바하

(스포있음) 생각보다 되게 재밌어서 놀랐다. 처음엔 약간 코믹한 다빈치코드 같은 느낌이었음. 위 사진 누가 봐도 이정재로 둔갑한 톰행크스 아니냐며... 경전을 이용한 힌트와 거기에 얽힌 살인사건 < 이미 여기서 나는 충분히 열광 가능ㅋㅋ 오히려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유해한지,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에 대한 메세지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거기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느김이었음. 오히려 미륵이라고 불리던 자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해 먹는... 열반이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여러분 < 여기에 가까운 느낌.

 

보면서 참 작은 땅덩이에 연기 잘하는 사람 많다고 느꼈다. 언제부터인가 악역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유지태부터 시작해서 물에 빠지면 주둥이만 동동 뜰 것 같은 세속적 목사역의 이정재와 고뇌하는 신도 박정민과 마지막으로 너무 인상 깊었던 이재인. 다빈치코드와 다른 점이 바로 이거였다. 이야기는 어느 스타 연예인의 시점에 치우쳐 진행되지 않고 각 인물들을 골고루 비춘다. 당연 인상 깊었던 건 이재인(이금화/그것)과 박정민(정나한).

 

극중 정나한은 김제석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철저히 이용되는데 그가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은 그 역시 이 사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헤롯의 명으로 베들레헴에서 영아들을 학살했던 헤롯의 사람. 나한은 어쩌면 영월출신의 99년생 여자아이를 죽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었던 것. 그가 이용당한 것을 깨닫고 바로 잡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과 초월적인 힘은 미륵, 등불이 되기에 충분했다. 나한이 죽는 장면에서 등불이 밝게 빛나고 있는 걸 내 동생이 알려줌 ㅋㅋ 

 

가장 놀라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나한이 자물쇠를 부수고 창고로 들어갔을 때의 장면이다. 분명 짐승 같았던 그것이 부처처럼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기이하고 손동작도... 그냥 이세상의 무엇이 아닌 것 같아서 좀 소름이 돋았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을 마주할 때, 초월적인 무언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걸까? 아주 짧게 간접체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사진합성 건도 있고 해서 그렇게 대놓고 이 영화를 찬양할 순 없지만요.. 음 재밌었음. 생각보다 공포영화적인 요소는 없었다. 무섭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한 느낌이 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