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영화 <러빙빈센트>에서 나왔던 고흐의 편지 일부분을 짧게 접하고 인상 깊어 책까지 구매하게 되었다. 이 책을 구매한 이유는 시기별로 편지 내용을 잘 정리했고 그 편지 내용에 맞춰 당시 고흐가 그리고 있던 그림들도 볼 수 있음. 양장에 두껍기 때문에 주로 자기 전에 읽었다. 2018년 겨울밤을 고흐의 편지와 함께 하였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벽스러운 사람,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 중의 최하급 사람... 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기이한 사람, 그런 보잘것없는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일상생활 속에서 신선한 활기를 유지하는 것은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여기보다 그곳에서 생활하기가 더 힘들겠지. 파리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망에 빠지겠니. 조용히,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그리고 정당하게 절망하겠지.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이 세계를 가만히 보면, 선량한 신에 대해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든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그가 망쳐버린 습작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철학자들과 마술가들이 많이 있었지만, 오직 그리스도만이 영생을 확신했고, 시간의 무한성, 죽음의 무의미함, 평온과 헌신의 필요성과 의미를 인정했지. 그는 다른 모든 예술가보다 더 위대한 예술가로서, 대리석, 점토, 물감을 경멸하면서 살아 있는 육신으로 일했고 평온하게 살았네. 신경질적이고 둔한 우리 현대인의 두뇌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이 두려움 없는 예술가는 조각을 하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다네. 단지 자신의 말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지.

 

-우리는 <대지>와 <제르미날>을 읽은 사람이다. 농부를 그린다면, 우리가 읽은 작품이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고통의 순간에 바라보면 마치 고통이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끝없이 밀려와 몹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에 대해, 그 양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

 

-저는 계속 고독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이전에 자화상이나 작품으로만 고흐를 접했을 때, 색을 잘 쓰는 강인한 네덜란드인~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안의 고흐 이미지는 180도 달라짐. 그는 사유에 능했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강렬한 작품들은 이제 내 눈에 섬세한 연구의 산물이라고 생각되어지고요... 후반 테오와 빈센트의 편지가 번갈아 나오는 부분에선 두 사람이 완벽히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 들었다. 이성과 비이성 같기도 했고 종교와 과학 같기도 했음. 진리를 추구하고 본질을 연구하는 빈센트에게 테오는 마치 종교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