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니를 찾아서

펠리니를 찾아서

(스포있음)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집안의 천덕꾸러기인 '루시'가 이탈리아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 감독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 루시는 영화 내내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행동을 많이 한다. 스쿠터 잃어버리기, 짐가방 잃어버리기, 약속을 해놓고 기차 잘못 타기 등등. 혼자 다니는 어린 여자 여행객에 쏟아지는 남자들의 관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럼이 들어간 초콜릿을 잔뜩 먹어 취한 채 거리를 돌아다닌다든지, 이상한 파티로 흘러들어가 성희롱을 당하고 강간 당할 뻔하기도 한다든지(이건 루시의 잘못보다 남자들이 나쁘고 잘못한 거지만) 영화 내내 강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 같은 인상을 줘서 솔직히 답답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계속 본 이유는 감독을 결국 만나긴 하는지, 만나서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그게 도대체 뭐길래 이 소심한 여자가 용기를 내고 움직이게 만든 건지.. 가 무척 궁금했다.

루시가 좇은 감독은 '페데리코 펠리니'라는 이탈리아 유명감독이고 실존 인물이다. 영화 내내 펠리니 감독의 영화가 불쑥불쑥 등장하고 특정장면은 노골적으로 오마주를 하기도 해 감독이 얼마나 펠리니의 팬인지 알 수 있었다. 오죽하면 팬메이드 영상을 영화라고 내놓으면 어떡하냐는 비꼼을 보기도 했음. 

이 영화 주인공 루시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의 주인공 젤소미나의 의상 역시 닮아있다. 

 

루시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중 <길>을 가장 좋아한다고 얘기했고, 루시의 엄마 역시 영화<길>을 보자마자 여자주인공이 루시와 아주 많이 닮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자신을 비관하는 <길>의 여주인공에게  삐에로가 말한다.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유가 있어."라고. 루시가 꽂힌 대목인 것이다.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기만 하던 루시에게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말해준 것은 다름 아닌 펠리니 감독이었던 것. 가만히 있는 돌에게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영화<길>의 내용은 '네 인생은 자유야! 뭐든 해봐!'라고 말하는  루시의 엄마,이모와 대조적이었다. 행동하지 않고, 그냥 거기에 있는 거 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은 비단 루시뿐만이 아닌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털이 루시에게 제발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며 다급히 루시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 남자는 루시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 두번째 '펠리니'였던 것은 아니었을까...갑자기 분위기 서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