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어른들의 손을 전전하는 아이 메이지의 시선으로 본 영화다. 메이지는 또래에 비해 조숙하다. 응석을 부리는 일도 적고 떼를 쓰는 일도 적다. 어른이 권유하는 모든 일에 응하고 따른다. 메이지의 성격이 본래 순한 것도 있겠지만 성공해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아티스트 엄마와 가정에 관심없는 아빠의 영향도 한 몫했다. 어른들의 편의에 의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메이지가 종국에 '배를 타고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비로소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고 힘차게 앞서 뛰어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원작은 헨리제임스의 소설로 19세기 배경으로 쓰인 이야기를 현대물로 잘 각색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고 우리는 종종 이야기 하지만, 가끔 인간에게 질릴 때면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아이는 그러지 못함.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 다닐 수 없는 아이는 그야말로 관계속에 항상 존재한다. 누군가에겐 딸로, 누군가에겐 수양딸로, 누군가에겐 동료의 아이로, 누군가에겐 돌봐야 할 일로. 관계에 질리면 인연을 끊고 다른 사람을 찾아나서면 되는 어른과 달리 아이는 다른 방법이 없다. 싫든좋든 그 관계 속에 존재해야하는 것임. 그러면서 아이는 그 상황과 관계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어떻게 보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일임.

영화를 보다보면 자신의 감정이나 편의를 위해 메이지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어른들에게 쉽게 분노하게 되지만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애를 위하여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생각해보니 마냥 욕할 것만은 아닌 것 같음. 아이에게 시간을 쏟지 않는 어른들을 욕하기엔 나 역시, 나의 삶이 아직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줄리안무어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어." 

부모가 되면 삶이 한번 크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대사가 있을까. 자신의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사랑. 감당할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사랑에 부모1회차인 본인 역시 혼란스럽다는 걸 줄리안무어가 잘 보여줬다. 그런 줄리안무어를 안아주는 메이지를 보며 과연 아이를 '내가 돌봐야하는 어린 존재'로만 볼 것인지, '서로 존중하고 기댈 수 있는 동반자'로 볼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건 개인의 선택 같음. 그리고 줄리안무어는 뒤늦게 후자로 인정한 것이라고... 그리구 링컨(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메이지의 조합이 너무나 좋았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