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본 지 좀 돼서 감흥이 이전 같진 않으나 
눈물,콧물 쏟으며 봤던 기억을 살려보자면 (스포있음) 

먼저 줄리아가 커다란 냉장고 휴대폰을 들어올릴 때부터 아 이 영화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게 굉장히 유쾌한 이야기가 될 거라는 예감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신인 시절의 카메론 디아즈를 보는 눈의 즐거움! 그 러블리한 입매가 활짝 펴질 때마다 나도 웃고,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색 눈동자가 눈물을 머금을 때엔 귀여워서 나도 울었다. 이 멋진 배우들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커리어우먼에 낯간지러운 표현을 싫어하고 해본 적도 없으나 구남친을 되찾아오겠다는 일념의 28세 여성과 부잣집 딸이지만 사랑을 위해서 모든 걸 다 포기할 수 있는 20세 여성. 너무나 상반돼 한 남자를 두고 치고 박는 전쟁! 같은 서사가 떠오를 수 있으나 사실상 영화 내용은 전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구남친과 유람선을 탄 줄리아가 고백 타이밍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기회를 날려버리는 장면이다. 다리 밑 그늘이라는 낯설어 두근거리면서도 은밀한 공간이 설치됐지만 줄리아는 고백하지 못했고 이내 그늘을 빠져나와 유람선엔 햇살이 쏟아진다.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아 기회가 날아가 버렸구나, 아무 대사가 없어도 깨닫고 만다. 미친 연출력.. 

음악도 환상적이다. 가짜 남친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이 영화 뮤지컬 영화였나?' 장르를 의심할 정도였음. 선곡은 하나 같이 상황에 맞는 가사들로 구성되어 있음. 영화를 보면서 OST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까먹고 안 함) 

칭찬할 거 또 있다. 바로 캐스팅. 줄리아로버츠야 이런 장르에서 항상 최고구^^ 춤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이친구나 미워해야 하는데 너무 사랑스러운 약혼녀 등.. 진짜 다들 캐스팅 적절한데 정작 남자주연배우는...! 응! 

두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바로 요리평론가인 줄리아가 카메론에게 음식에 비유해 설명하던 장면이었다. 너는 고급요리이고 네 약혼자는 젤리를 원해!라고 하자  '그럼 젤리가 될래!' 하고 울상을 짓던 카메론 디아즈. 그런 무논리가 바로 사랑의 속성이지 않을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카톡 알림말로 해놓음ㅋㅋ 그리고 줄리아가 바닥에 누워 손가락에서 빠지지 않는 반지를 보여주는 부분도 너무너무 귀엽고 ㅠㅠ 호텔 복도에서 직원에게 같이 담배피길 종용하고 위로받는 장면도 너무너무 좋았음 ㅠㅠ 결혼식에서 신랑신부를 눈으로 좇는 부분에선 정말 제 눈물 폭발했구여..(근데 이전부터 울고있었음) 결말까지 퍼펙트했다. 여러모로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영화였음. 인생영화 반열에 올리겠다^^//

- 마이클은 키미를 쫓고 있지? 
- 그래. 
- 넌 마이클을 쫓고 있고? 
- 그래.  
-널 쫓는 사람이 있어? 아무도 없지, 그치? 그게 바로 답이야. 
- 아냐.  
-맞아! 쥴스, 넌 그 사람이 아니야!  
 
*

-네가 마이클이라고 해. 넌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 있는거야. 넌 후식으로..크렘블레를 주문했어. 정말 근사하고, 달콤하지. 화가 날 정도로 완벽해. 갑자기 마이클은 깨달았어...자기가 크렘블레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뭔가 다른 걸 원해. 
-그가 원하는게 뭔데요? 
-젤리 
-젤리? 왜 젤리죠? 
-그는 젤리와 함께일 때 편안하니까! 젤리가 그를 편안하게 하는거야.나도 알아, 크렘블레와 비교하면 젤리일 뿐이지만, 그거야말로 그가 필요로 하는거야. 
-그럼 나 젤리가 될래. 
-크렘블레는 절대로 젤리가 될 수 없는거야.넌 절대로 젤리가 될 수 없어. 
-난 젤리가 되어야만 해요. 
-넌 절대로 젤리가 될 수 없다니까. 

*

-방문이 잠겨서 못 들어가나요? 
-아뇨, 아녜요. 그냥 나와있는거예요. 이 방은 금연실이라서요. 
-여긴 금연층이기도 하지요.로비로 내려가실 수도 있을텐데요. 
-차라리 날 체포하지 그래요?진심이예요.난 위험한 범죄자예요.난 순진한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해요.당신은 시민 자격으로 체포할 수 있어요.난 저항하지 않겠어요.세금 포탈 혐의로 알 카포네를 잡은 것처럼요. 
-도와드릴까요, 손님? 
-담배 피워요, 리차드? 
-네, 피우지만... 
-여긴 금연층이다? 당신 빼고 누가 알겠어요? 
-우리 할머니는언제나 그러셨죠..."이것도 역시 지나갈거야."라고. 
-고마워요, 리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