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스포있음) 자영업하다 말아먹고 갈 곳이 없어 부모님 집에 기어들어가고, 날 좋아하지 않는 남자에게 기대하고, 가장 친한 친구의 베프 타이틀을 빼앗길 위기까지! 상황은 안 좋고 어렵게만 돌아가는데 어쩌다 만난 경찰은 계속해서 헤드라이트를 고치라고 잔소리한다. 그리고 그만둔 쿠킹을 다시 시작하라는 말도! 사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야 애니가 쿠킹을 다시 시작하고 헤드라이트를 고치고 경찰관과 잘해보면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되겠구나 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보이지만 애니는 몇 번이고 밀어낸다. 자신이 보는 자신의 인생은 뭐든 명확하지 않고 어떤 때에 무얼 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졌을 때, 영화관객 같은 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선이 너무나 냉철하고 날카롭다면 우리는 쉽게 상처받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내가 해피엔딩으로 내달릴 수 있게끔 방향을 제시해주며 되도록 따뜻하고 상냥한 말로 얘기해주면 좋을텐데 세상에 그런 조언이 있을까? 아니요^^ 그런 조언은 없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있다.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의 조언이다. 그들에게서 들은 조언이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 99%겠지만 ㅋㅋ 그들은 따뜻한 시선을 가진 영화 관객이다. 최대한 돌려 말한 게 그정도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빨리 정신을 차렸으면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걸 수도 있다. "이제 밑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네^^" 라고 말하는 극중 애니 어머니의 말처럼ㅋㅋㅋ 어디까지나 그들의 경험에 빗댄 조언이니 모두 다 들을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상처를 받을 이유도 없다. 

헤드라이트를 고치는데 애니는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무언가 잘못되고 자꾸 나쁜 일만 일어나는 느낌이 들 때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차근차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애니의 경우는 헤드라이트였겠지만 지금 나의 경우는 고장난 드라이어와 지저분한 냉장고 안이 될 듯. 이렇게 하나씩 고쳐나가며 내 인생을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마음 먹은대로 제대로 통제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기분. 그 기분이 어쩌면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ㅋㅋ 통제가 안 되는 것엔 빨리 미련을 버리는 연습도 필요하겠구.. 

사실 지금 이렇게 쓴 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뒤에나 든 생각이지 사실 영화 볼 땐 아무런 생각도 안 들고 웃기기만 웃겼음. 가장 웃겼던 부분은 결혼하는 친구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마이크를 들고 한 마디하는 장면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