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봤음(애니)

십이국기 봤음(애니)

정말 오래간만에 애니메이션을 봤다. 동양 고전 판타지가 보고 싶어서 커뮤에 글을 남겼는데 <십이국기> 이름이 가장 먼저 보였다. 책이 나왔지만 이북은 아직 없고, 애니메이션은 나온 지 꽤 되었으나 연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은 올해 9월쯤 완결 예정) 책을 볼까 싶었지만 내 취향이 아닐 경우를 생각해 애니메이션부터 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십이국기>는 일본에 살던 주인공이 다른 차원의 세계에 떨어지는 내용이다. 이렇게 간략히 말하면 정말 흔해 빠진 판타지처럼 느껴지나, 나는 나름 재미있게 봤다. 

 

1.성장물

<십이국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중 하나는 성장물에 있다. 솔직히 제목만 봤을 땐 12개의 나라가 싸우는, 그래서 주인공격인 사람이 통일하는 그런 단순한 중국 무협?ㅋㅋㅋ 소설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부분 등장인물의 성장에 맞추어져 있다. 때문에 갑자기 캐붕이 일어난다든지 납득이 안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아마도 텍스트의 형태로 컨셉이 세세하게 잘 잡혀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애니를 보다보면 어떤 장면은 말로 때우고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래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걸 보면 텍스트가 정말 중요하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듦.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음.

 

2.세계관

세계관 역시 독특하다. 12개의 나라에 각각의 왕과 기린이 존재하고 그들은 천명으로 점지되는 존재들이다. 세계관만 보면 되게 민주적이지 않은... 군주제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역시 성장물을 위한 장치처럼 잘 쓰인다. 보다보면 90년대 초반 이야기 답지 않게 여성의 동등한 지위나 위치가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여성이 출산하지 않는 세계관의 영향이 크다. 이곳은 기도하면 아이가 나무에 열매처럼 맺힌다. 요마나 요괴에 너무 치중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보단 어느 위인의 전기에 가깝고, 정치나 역사를 기록한 것처럼 느껴짐.

 

좋은 점은 이렇게 두 가지이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좀 힘들었던 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니가 나보다 더 불행해?" "그 자린 원래 내 자리여야했어!" "너무해!" 이런 대사 나올 때마다 고구마 100개 먹는 느낌으로 봐야했음. 그나마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공주국의 슈쇼우였음. 맞는 말만 하는 사이다 왕..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지만 역시 연중이라서 그런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대극국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보여주고 연중을 했어야지...! 이것 때문에 책을 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북이 없어서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